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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 하루 등락률의 두 배에 베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출시되기 7개월 전, 금융감독원의 연구용역 보고서에는 ‘국내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경고가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투자자 손실 우려와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 미국 등 다른 나라의 규제 강화 추세 등이 이유였다.
그러나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올 1월 도입 논의가 본격 시작된 지 넉 달여 만에 빠르게 출시됐다. 이후 6~7월 코스피가 급락하자 이 상품은 증시 변동성을 키운 주범으로 국내외에서 지목됐다. 국내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경고가 있는데도 금융당국이 위험성을 충분히 따져보지 않고 출시를 서두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감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해 10월 금감원에 151쪽 분량의 ‘해외 자산운용산업 성공사례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보고서는 미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을 짚으며 “한국이 이(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명시적으로 허용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으며, 향후 글로벌 규제 정합성 문제에 직면할 수 있음”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경고가 사전에 있었지만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도입은 올 초부터 본격화됐다. 김용범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은 1월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금융위에 ‘나스닥에서 가능한 걸 왜 우리는 못하게 하냐’고 했다”고 했다. 금융위는 1월 말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4월 28일 국내 출시를 허용하도록 규정을 고쳤다. 불과 한 달 뒤인 5월 27일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기초로 한 상품 16종이 상장됐다.
당시 증시는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달아오르고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6월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주가가 “생각보다 빨리 올라온 것 같다”면서도 “아직도 약간 저평가됐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같은 달 19일 코스피는 장중 9300선을 돌파했지만, 이후 가파르게 하락하기 시작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매매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가 변동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고, 이찬진 금감원장은 “어떻게든 드러누워 막았어야 했나 후회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비판이 빗발치자 금융위는 이 상품의 기본 예탁금을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높이는 등 문턱을 높였다. 7월 하루 평균 11조8600억원에 달했던 거래 대금은 이달 5600억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연구원은 금감원 용역보고서에서 미국에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있지만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허용해서 나온 것은 아니고 투자 위험성을 경고했다는 것도 밝혔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19년 일반 ETF의 출시 절차를 간소화했지만, 레버리지 상품은 제외했다. 하지만 이듬해 파생상품 관련 규정을 새로 만들며 레버리지 ETF도 간소화된 절차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까지 SEC의 상품별 승인 없이 출시됐다. 보고서는 이를 “의도치 않은 결과”라고 평가했다.
다만 미국 금융당국은 위험성도 강하게 경고했다. 2021년 게리 겐슬러 당시 SEC 의장은 레버리지 ETF 등에 대해 ‘상장이 가능하다고 해서 모든 투자자에게 적합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시장이 급변하면 금융 시스템의 위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밝혔다. 이후 SEC 투자자 교육 및 옹호 사무국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장기 투자 전략을 가진 일반 개인 투자자에게는 매우 부적합”하다고 경고했다.
미국 금융산업규제국(FINRA)이 2022년 공개 의견 수렴에 나선 것도 보고서는 소개했다. 레버리지 ETF 등 복잡한 상품을 팔 때 증권사가 투자자의 위험 감당 능력을 더 엄격히 확인하도록 할지 묻는 내용이었다. 보고서는 이를 “사실상 개인 투자자의 접근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음”이라고 평가했다.
박대출 의원은 “투자자 보호보다 상품 출시를 서두른 것 아니냐”며 “당시 투자 위험을 어떻게 검토했는지 금융당국이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