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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최근 외환보유액 국제 순위를 비공개로 돌리는 과정에서 정부와 의견 교환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은은 이 순위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워 삭제를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올해 들어 순위가 이례적으로 크게 내려가기도 했던 상황에서 이뤄진 결정이어서 논란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한은이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종욱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한은 국제국은 '8월 말 외환보유액' 보도자료에서 국제 순위표를 제외하기에 앞서 재정경제부 측과 상의를 거쳤다.
한은은 "재경부와 수시로 업무 협의를 하고 있으며, 이번 보도자료 내 순위표 삭제의 경우에도 사전에 (재경부와)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다만, 기록이 남는 공식 회의를 하지는 않았다고 부연했다. '비공식' 논의만 했다는 것이다.
한은은 "순위 삭제를 논의하기 위한 별도의 대내외 공식 회의를 개최하지 않았다"며 "한은과 재경부 내에 상당 기간 공감대가 형성돼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외환보유액 순위는 공식 통계 지표가 아니라 단순 부표"라며 "이 순위표를 보도자료에 수록하지 않기로 한 것은 부서장(한은 국제국장) 판단이었다"고 강조했다.
앞서 한은 국제국은 지난 3일 발표한 외환보유액 보도자료에서 그동안 매달 제공해온 국가별 외환보유액 순위 자료를 별다른 설명 없이 삭제했다. 한은이 월별 자료에서 외환보유액 순위를 별도 항목으로 제시하지 않은 것은 2001년 2월 말 도입 이후 25년 6개월 만에 처음이었다.
지난달 외환보유액 자체는 역대 최대폭으로 늘었지만 올해 들어 순위가 하락한 상황이어서 배경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한은이 이종욱 의원실에 제출한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순위는 작년 12월 말 기준 세계 9위에서 올해 1월 말 10위, 2월 말 12위, 5월 말 13위 등으로 5개월 만에 네 계단 떨어졌다. 지난 2020년 1월부터 작년 2월까지 5년여 동안 줄곧 8∼9위를 유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하락세였다.
올해 들어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외환보유액을 헐어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선 것이 순위 하락 요인으로 지목됐다. 단, 올해 6월 말 기준으로는 세계 10위로 다시 올라섰고, 7월 말 순위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전월과 비슷한 순위를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종욱 의원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외환보유액 국제 순위가 급락하자 한은이 25년 넘게 국민에게 제공해온 자료를 공식 회의도 없이 보도자료에서 삭제했고 재수록 계획도 없다고 한다"며 "한은과 재경부는 순위 삭제 경위를 밝히고,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해 공표를 재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