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부가 서민금융 상품을 효율화하겠다며 '햇살론' 체계를 통합·개편했지만, 정작 제도권 금융의 최후 보루인 최저신용자 대상 대출 문턱은 급격히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8개월 동안 14만 명에 달하는 취약계층이 대출을 거절 당했지만, 정작 담당 기관인 서민금융진흥원은 거절 사유에 대한 기본 통계조차 관리하지 않고 있어 행정 편의주의라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뉴데일리가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신설된 '햇살론 특례보증' 신청 48만 2500건 중 8만 800건이 거절당해 거절률이 16.7%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6~7명 중 1명 꼴로 대출을 받지 못하고 발길을 돌린 셈이다.
이는 개편 전 상품들과 비교했을 때 거절 문턱이 현저히 높아진 수치다. 햇살론 특례보증의 전신격이자 대부업조차 이용하기 어려운 최저신용자를 지원하던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의 경우 거절률이 ▲2023년 5.8%(11만 8900건 중 6900건) ▲2024년 6.6%(7만 5700건 중 5000건) ▲2025년 6.6%(8만 7900건 중 5800건) 수준으로 5~6%대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올해 상품이 통합 개편된 이후 거절률이 이전 대비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직장인 대상인 '햇살론 일반보증' 역시 올해 1~8월 신청 42만 7900건 중 15.3%에 해당하는 6만 5600건이 거절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서만 두 상품에서 도합 14만 6400건의 대출 거절이 발생한 셈이다.
문제는 이처럼 대규모 거절 사유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정작 이를 관리하고 제도 개선에 반영해야 할 서금원이 거절 사유 파악조차 포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금원 측은 제출 자료를 통해 "심사 과정에서 거절된 고객의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및 신용정보법 등에 따라 거절 이후 고객 정보를 파기하도록 되어 있어 세부 사유별 통계 등을 별도로 관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민들이 소득·신용 요건 미달 때문인지, 단순 서류 미비나 연체 이력 때문인지 등 기초적인 원인 분석 데이터를 쌓지 않은 채 '개인정보 파기'를 이유로 깜깜이 행정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책금융에서조차 소외된 취약계층은 연체자도 이용 가능한 최후의 수단인 '불법사금융 예방대출'로 내몰리고 있다.
별도 심사 없이 승인되는 불법사금융 예방대출은 올해 1~8월에만 9만 3800건이 실행되며 수요가 쏠리는 모습이다.
박준태 의원은 "서민금융을 개편해놓고 대출 거절 사유조차 통계로 관리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한 행정"이라며 "정부와 서금원은 대출 거절 원인을 분석해 심사 기준과 절차가 취약계층을 불합리하게 배제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