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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기후부 소속 홍수통제소, 27년간 두 업체와 2275억 계약
4개 홍수통제소 일감 몰아주기 의혹...낙동강 12년간 두 업체만 응찰
장비 계약에 상황실·사무실 비품까지 끼워넣기..."특정 업체 배불리기"
기후에너지환경부 소속 국가 물관리 전문 행정기관인 4개 홍수통제소가 2000년부터 27년간 두 업체에 수문조사장비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낙동강홍수통제소에선 2014~2025년 발주한 장비 계약 20건을 모두 한 업체가 따냈다. 이 가운데 19건은 두 업체만 입찰에 참여했다.
홍수통제소는 홍수, 가뭄 등의 자연재해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됐다. 현재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등에 홍수통제소가 설치돼 운영 중이다. 수문조사장비는 강의 수위와 강수량 등을 재는 관측장비로, 홍수 예보의 기초 자료를 만든다.
한강·금강은 H사, 낙동강·영산강은 J사
15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H사와 J사가 2000~26년 4개 홍수통제소에서 따낸 계약금액은 2275억6600만원에 이른다. 한강·금강홍수통제소는 2010년부터 H사와 반복 계약했다. 낙동강·영산강홍수통제소는 각각 2000년과 2001년부터 J사와 거래했다. 업체별 계약액은 J사가 1367억200만원, H사가 908억6400만원이었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 재가공
구체적으로 한강홍수통제소는 2000년부터 2009년까지 J사와 27억7100만원어치 계약을 맺다가 2010년부터 H사로 거래처를 바꿔 578억5100만원을 몰아줬다. 금강홍수통제소는 2000~11년 J사와 60억6400만원, 2010년 이후에는 H사와 330억1300만원어치 계약을 맺었다.
반면 낙동강홍수통제소는 2000~26년 844억300만원을, 영산강홍수통제소는 2001년부터 2026년까지 434억6400만원을 J사에 각각 몰아줬다. 2010년대 들어 한강·금강은 H사, 낙동강·영산강은 J사와 주로 계약하는 구도가 형성된 셈이다.
거래처끼리 맞붙은 입찰
입찰 과정도 석연치 않다. 낙동강홍수통제소가 2014~2025년 발주한 장비 계약 20건(596억1700만원)은 모두 J사가 따냈다. 이 중 19건(572억2600만원)은 J사와 H사 두 곳만 응찰했다. H사는 2011~2025년 낙동강홍수통제소 입찰에 24번 참여해 한 번도 낙찰받지 못했다.
게다가 두 업체는 입찰에선 경쟁하지만 장비 공급에선 거래 관계를 맺고 있다. H사는 2024년 10월과 2025년 10월 두 차례 리드스위치식 수위계를 J사에서 사들여 납품했다. 리드스위치식 수위계는 국산 제품이 없어 일본 타쿠와사 장비를 써야 하는데, J사가 이 제품의 국내 총판이다. 설계에 이 수위계가 들어가는 순간 경쟁사인 H사도 J사에서 물건을 사야 하는 구조다.
올해는 그나마 있던 경쟁자마저 사라졌다. 2026년 낙동강홍수통제소가 발주한 장비 구매·관측소 신설·유지보수용역 3건(74억1200만원)은 모두 J사 또는 J사가 낀 컨소시엄이 단독 응찰해 따냈다. 통제소는 세 건 모두 계약방식을 '공개입찰'로 적었다.
수문조사장비는 상용화된 제품이 많아서 농어촌공사는 조달청 나라장터에서 구매하고, 수자원공사도 다수 업체가 참여하는 자체 전자조달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홍수통제소는 '물품제조구매' 방식으로 장비 구매부터 설치까지 하나의 계약으로 묶어 발주하고 있다. 이헌승 의원은 "사전에 협의된 업체 외에는 참여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장비 계약에 끼워 넣은 상황실·관측소 공사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 의원실이 확보한 설계예산서를 보면 수문조사장비 구매와는 상관없는 다수의 건축·토목공사와 사무실 비품구매까지 사업 내용에 포함돼 있다.
실제로 낙동강홍수통제소는 2020년 수문조사장비 구매 계약에 상황실·대기실 토목공사, 회의용 테이블·의자 구입, 창호·바닥·조명·에어컨 설치공사를 포함했다. 같은 해 J사와 맺은 계약은 2건, 41억8600만원이다. 또 2023년부터 2024년까지 장비 구매 계약에는 검정관측소 연결통로 신설 및 상판조성, 외부마감 등이 포함됐다. 이 기간 J사와의 계약액은 221억5700만원이다. 이와 관련해 장비 설치와 무관한 건축·토목공사와 비품 구매까지 물품 구매 계약으로 묶어 장비업체에 맡겼다는 점에서 조달규정과 건축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낙동강홍수통제소는 이 의원실에 최근 10년간 장비예산을 이용·전용한 내역에 대해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답했다. 예산 항목은 그대로 둔 채 공사를 장비 계약에 섞어 장비비로 집행했다는 이야기다.
계약 규모도 최근 급격히 불었다. 낙동강홍수통제소와 J사의 계약은 2000년대 한 해 10억원 안팎이었지만 2024년엔 153억2100만원까지 뛰었다. 2020년부터 올해까지 7년간 계약액(535억1000만원)이 낙동강홍수통제소와 J사의 27년 누적 계약액(844억300만원)의 63.4%를 차지한다.

국민의힘 중앙위원회 의장인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월12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위에서 의결 안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자료사진 ⓒ연합뉴스
기후부는 수문조사 업무를 한국수자원조사기술원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예산이 더 이상 특정 업체를 배불리고 공무원 리베이트 수단으로 악용되어서는 안 된다"며 "그동안의 발주관행과 예산집행 문제를 그대로 둔 채 업무와 인력만 옮기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당 지급액과 손해액을 산정해 환수·손해배상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특정 업체에 대한 기술 종속을 해소하는 발주·관리 개선 대책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586/0000139957?sid=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