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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탈취 근절 외친 중기부, 행정조사 69건 중 조치는 5건뿐 … 제도개선은 ‘속빈강정’ |
- 최근 5년 기술침해 행정조사 69건 중 시정권고·조정성립 5건(7.2%)…유일한 시정권고도 ‘불이행’ - 기술침해 손해배상 인용액, 청구액의 20~30%…최근 현황은 파악조차 못해 - 기술분쟁조정 성립 4건 중 1건 …‘찾아가는 분쟁조정’개최는 1건뿐 - 국회 보고한 ‘불공정거래 피해구제기금’, 같은 달 공익신고장려기금 통합 추진에 논의 중단 - 김도읍 의원, “현실 파악 없는 말뿐인 제도개선…중기부는 피해 중소기업 구제 의지 있는지 의문, 피해구제 재원 및 실질적인 제재수단 마련해야” |
중소벤처기업부가 올해 3월 국회 업무보고에서 기술탈취·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제도 확충을 약속했지만, 정작 제도 운영 실적은 초라하고 핵심 과제는 표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도읍 국회의원(국민의힘 부산 강서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기술탈취 및 불공정 거래 근절 제도 확충 성과」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2년~2026년 9월) 중소기업 기술 침해행위 행정조사 신고는 총 84건이었다. 이 가운데 진행 중인 15건을 제외한 69건 중 시정권고(1건)나 조정성립(4건)으로 이어진 경우는 5건(7.2%)에 불과했다.
나머지 64건(92.8%)은 ▲불개시 21건 ▲조사중지 2건 ▲기타 41건(조사중지 6개월 경과·신고인 철회 등에 따른 조사 종결)으로 별다른 조치 없이 끝났다. 유일한 시정권고 1건마저 해당 기업이 ‘신고기업으로부터 제공받은 기술자료 일체 폐기’ 권고를 이행하지 않아 그 사실을 공표하는 데 그쳤다. 현행 시정권고에는 강제력이 없어 기술탈취 기업이 무시해도 그만인 구조인 셈이다.
중기부는 이를 보완하겠다며 시정명령·벌점과 최대 50억원의 과징금 도입을 위한「중소기업기술보호법」개정을 올해 과제로 내세웠지만, 정부안 없이 의원발의안 3건(2025년 12월~2026년 3월)에 기대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국회 업무보고에서 ‘상생협력법 개정 完’이라고 보고한 한국형 증거개시제도 역시 시행일이 2028년 2월로, 현재까지 소송에 적용된 사례는 한 건도 없다. 법원 지정 전문가 풀의 규모와 선정 기준도 정해지지 않았지만, 중기부는 “제도의 운영은 법원 소관”이라며 “법원의 협조요청이 있는 경우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는 입장만 밝혔다.
피해기업이 소송으로 받는 배상도 턱없이 적었다. 중기부가 중소기업 기술침해 소송 판결문을 수집·분석한 결과, 2022~2024년 중소기업이 피해를 입은 기술침해 민사 판결 565건 가운데 손해배상이 인용된 것은 111건(19.6%)에 그쳤다. 같은 기간 손해배상 청구액은 약 543억원이었지만 인용액은 약 146억원으로 청구액의 27.0%에 불과했다. 연도별 평균 인용률은 ▲2022년 31.0% ▲2023년 19.4% ▲2024년 32.9%였다. 그마저도 중기부가 자체적으로 기술탈취 손해배상 현황을 파악하고 있지 않아 2025년 이후 손해배상 현황은 제출하지 못했다.
중기부는 징벌적 손해배상(최대 5배)의 기준이 되는 손해액 산정을 현실화하겠다며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관련 용역 계약은 국회 업무보고 3개월 뒤인 올해 6월에야 체결됐고 완료는 연말 예정이다.
분쟁조정 제도의 실효성도 떨어졌다. 최근 5년간 중소기업기술분쟁조정중재 접수 129건 중 진행 중인 10건을 제외한 119건 가운데 조정안조차 제시하지 못한 사건이 71건(59.7%)이었다. 이 중 ‘사실확인 어려움’, ‘피신청인 조정의사 없음’ 등에 따른 조정 중단이 61건(51.3%)으로 절반을 넘었고, 최종 성립은 30건(25.2%)에 그쳤다. 평균 처리기간은 2022년 41.1일에서 2024년 62.1일로 오히려 늘었다.
지역 기업의 접근성도 낮았다. 기술분쟁조정 신청 129건 중 86건(66.7%)이 수도권(서울 49건, 경기 31건, 인천 6건)에 몰렸고, 2024년 하반기 도입된 비대면 조정 이용은 3건에 그쳤다. 중기부가 올해 지역 접근성 제고 과제로 보고한 ‘찾아가는 분쟁조정협의회’는 이미 2025년부터 운영해 온 제도였지만, 실제 개최 실적은 2025년 11월 광주·전남 1건이 전부였다.
불공정거래 직권조사를 연 1회에서 3회로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인력과 예산의 뒷받침이 없었다. 직권조사 전담인력은 최근 5년간 사무관 1명, 주무관 1명 등 2명 그대로였고 별도 예산도 편성되지 않았다. 최근 3회 조사 중 2건(화장품 제조위탁, 드라마 외주제작)은 지난해 착수한 것으로, 올해 새로 시작한 조사는 9월 현재 1건(플라스틱용기 제조위탁)뿐이었다.
국회에 보고한 피해구제기금도 사실상 무산됐다. 중기부는 올해 3월 업무보고에서 불공정거래 피해 중소기업의 신속·실효적인 피해구제를 위해 공정위와 공동으로 피해구제기금을 신설하고, 공정위 과징금(연 5천억원 수준)의 20% 이내에서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3월부터 기획예산처가 공익신고장려기금(공장기금) 신설을 추진하면서 피해구제기금은 공장기금으로 통합됐고, 중기부·공정위 간 역할분담 논의도 중단됐다.
공장기금은 담합·보조금 부정수급·주가조작 등에 대한 공익신고 활성화를 위해 부처별 신고포상금 재원을 통합 관리하는 기금으로, 당초 피해구제기금의 용도였던 '소송지원, 분쟁조정지원, 자금지원, 피해예방 및 권익증진'과는 성격이 다르다. 이 때문에 기술탈취 피해기업에 대한 구제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도읍 의원은 “중기부가 국회에 보고한 기술탈취·불공정거래 근절 대책은 행정조사 대부분이 조치 없이 끝나고, 약속한 피해구제기금은 보고 직후 사라지는 등 현실 파악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속빈강정’에 불과하다”며, “기술탈취는 중소기업의 생존이 걸린 문제인 만큼 말뿐인 계획이 아니라 실질적인 제재 수단과 피해구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의원은 “수박 겉핥기식 제도 개선이 아닌, 피해 중소기업이 소송·분쟁조정·자금 지원을 실질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피해구제 재원 확보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